국제

독·러 외교장관 회담의 ‘곡물’ 의제, 독일은 회담 전에도 요구했다

뉴욕에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만난 뒤 곡물 수출이 의제로 거론됐다. 그러나 독일 외무부 공개 기록을 보면 바데풀 장관은 9월 9일 이미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협의를 말했고, 23일에는 흑해에서 시작하는 휴전을 제안했다. 회담에서 의제가 다시 제기된 사실과 새로운 곡물 합의가 성립했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뉴욕 유엔 본부와 각국 국기가 보이는 2009년 자료사진
자료사진: 2009년 뉴욕 유엔 본부 전경. Dendodge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이번 독·러 외교장관 회담 장면이 아니다. · 사진 / Photo · Dendodge · 출처 / Source · Public-Domain · Contributor-declared changes: Used 1280px Wikimedia rendition; PRISM server re-encoding only, no editorial crop.. PRISM automatically re-encoded with JPEG quality 82; 1280x960 to 1280x960 pixels, aspect ratio retained with no upscaling.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9월 26일 뉴욕 회담에서 곡물 수출이 거론됐다. 회담 직후 공개된 설명만 보면 오랜 단절 끝에 곡물 문제를 새로 의제로 올린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외무부가 그전에 공개한 발언을 시간순으로 읽으면, 독일 측의 요구는 회담 이전부터 이어졌다. 이번 접촉의 의미를 평가할 때 의제를 처음 제시한 시점과 실제로 합의가 이뤄졌는지를 나눠야 하는 이유다.

바데풀 장관은 9월 9일 독일 연방의회 예산 토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반출을 위한 외교 경로를 이미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과 전날 이 문제를 논의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측과도 이야기했으며 아랍에미리트 측과도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운송에 합의할 길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당시의 입장이었다. 이 말은 독일 정부의 추진 방향에 관한 공개 설명이지, 러시아가 그때 합의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9월 23일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데풀 장관은 주장을 더 구체화했다. 독일 외무부가 공개한 연설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때문에 곡물이 세계로 나가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곡물과 식량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흑해에서 시작하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로 교환과 국제법 원칙에 따른 성실한 협상 복귀도 별도의 요구로 열거했다. 이는 독일 장관이 국제회의장에서 발표한 정책적 입장이다. 실제 항만 피해의 규모나 수출 차질의 수량을 이 연설만으로 독립 검증할 수는 없다.

그로부터 사흘 뒤 두 장관이 유엔 총회 기간에 직접 만났다. 바데풀 장관은 독일 공영방송 ARD의 ‘타게스테멘’ 인터뷰에서 약 20분의 대화가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권유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한 의제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 독일의 우크라이나 지원, 라이프치히 공항 드론 사건 등이 포함됐다. 곡물 수출이 실제 대화의 한 주제였다는 설명은 있지만, 이 인터뷰에 새 운송 협정의 문안이나 이행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른 관점

장관 본인의 사후 평가는 더 제한적이다. ARD는 바데풀 장관이 대화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도 회담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이처럼 접촉 사실과 공개된 평가가 함께 존재한다. 장관들이 마주 앉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곡물 항로가 열렸거나 휴전이 시작됐다고 쓰면, 사전에 제시된 요구를 사후의 성과로 바꿔 버리게 된다.

해석

독일의 9월 21일 유엔 고위급 주간 안내문도 맥락을 제공한다. 이 문서는 각국이 총회 일반토의에서 정책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여러 양자 접촉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공개 연설은 독일이 원하는 결과를 보여 주고, 양자 회담은 그 문제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형식 중 어느 하나만으로 상대국의 수용이나 공동 합의를 입증할 수 없다. 회담이 열린 장소가 유엔이라고 해서 유엔이 중재한 공식 협정이 생겼다는 뜻도 아니다.

해석

한국어 독자가 이후 보도를 확인할 때 필요한 것은 세 단계의 자료다. 먼저 독일이 회담 전에 무엇을 요구했는지, 다음으로 양측이 회담에서 실제로 무엇을 논의했다고 밝혔는지, 마지막으로 공동 문서나 운송 재개처럼 확인 가능한 결과가 나왔는지 살펴야 한다. 현재 확인한 독일 외무부 발언과 ARD 인터뷰는 앞의 두 단계에는 근거를 주지만 마지막 단계의 성립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곡물 문제가 외교 의제로 재확인된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어도, 곡물 수출 정상화의 완료로 서술할 수는 없다.

사진은 2009년 촬영된 뉴욕 유엔 본부 자료사진이다. 이번 바데풀·라브로프 회담이나 2026년 유엔 일정의 현장 장면이 아니다.

정하린프리즘코리아 편집국 > 정하린

원문과 근거

  1. German Federal Foreign Office, 9 September budget debate speech ↗
  2. German Federal Foreign Office, 23 September Security Council statement ↗
  3. ARD tagesschau/tagesthemen, Wadephul interview after meeting ↗
  4. German Federal Foreign Office, UN High-Level Week preview ↗
오류 제보·정정 요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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